제대후 복학 첫학기 였던 2002년 2학기, 시간표를 짜다가 일주일 중 하루에 몰아서 3시간 수업하는 유일한 3학점짜리
전공 수업이 눈에 띄었다. 

수강신청을 하고 보니 자본주의의 최전방에서 자본주의에 봉사하는 경영학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자본주의를 폐기하고 대안을 찾아야 된다고 주장하는 교수님의 수업이었다.

수업중에 어쩌다 당시 앞두고 있던 2002 대선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는데,
결론은 간단했다. "누가 되건 상관없다" 라는 것.

"이회창이 되면, 신자유주의 억압에 맞서서 사람들이 더 열심히 싸울테니까 좋고,
노무현이 되면, 누가 되건 어차피 똑같다 라는걸 사람들이 깨닫게 될 테니까 좋다" 는 것이었다.

그리고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었다.

굳이 FTA나 이라크 파병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그는 그 예언대로 이회창이나 이명박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자본주의 폐기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라고 믿는 입장에선 분명히 그러하다...)


잉크물이 가득한 물컵이 있다. 잉크 물을 부어내고 새 물을 붓기 전까지  맑은 몇방울을 아무리 떨어뜨려 본들
컵 속의 물은 투명해 지지 않는다.
노무현은 잉크물을 비우는 대신 자신이 한 방울의 맑은 물이 되길 희망했고, 희망대로 그는 탁한 잉크물 속에 섞여 사라져갔다.
언젠가 그 한 방울이 사천오백만, 아니 육십억 방울이 되는 날이 온다면, 그의 한 방울이 다르게 평가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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